상상된 삶이 스며든 집 — 시흥 해링턴타워 모델하우스 프로젝트




상상된 삶이 스며든 집



사람이 아직 살지 않은 집에서 삶의 냄새를 느끼는 일은 가능할까. 

시흥 해링턴타워 모델하우스는 그 물음에 감각적인 상상으로 답한다. 

이 집은 열 살 아이를 키우는 한 부부의 하루에서 영감을 얻어, 그들의 존재를 공간 곳곳에 스며들게 했다. 

그 상상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마치 누군가가 잠시 외출한 집처럼 느껴지도록.





현관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조용하고 단정하게 놓인 달항아리다. 

마치 미술관의 작은 설치처럼, 고요한 존재감으로 이 집의 첫 인상을 정의한다. 

왼편으로 꺾이는 복도는 방과 방을 잇는 동선일 뿐 아니라, 누군가의 생활 루틴을 따라가게 하는 시간의 통로 같다. 




서재



복도의 첫 방은 서재로 꾸며졌다. 유려한 곡선의 하늘색 테이블은 공간에 유쾌한 긴장을 주고, 시크한 블랙 벽선반과 디자인 체어들이 차분하게 균형을 맞춘다. 선반 위에는 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취향이 오롯이 드러나는 책들이 꽂혀 있어, 단지 인테리어가 아닌 ‘태도’로서 기능한다.




아이방



그 다음 방은 화장실, 그리고 더 깊숙이 들어가면 아이의 방이 펼쳐진다. 

열 살의 남자아이를 위한 이 방은 실용성과 상상력의 균형을 좇았다. 붙박이 옷장과 수납장으로 실용을 담보하면서도, 비행기 모형과 우주비행사 곰인형, 그리고 달과 별이 새겨진 커튼은 어린 아이의 꿈과 취향을 조용히 지지한다. 외부의 빛이 시어한 커튼을 통과할 때마다 별무늬 그림자가 벽에 떠오르고, 그 순간이 마치 아이의 상상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것처럼 느껴진다. 복도에는 세탁기와 드라이어를 둘 수 있는 유틸리티 공간도 있어 현실적인 동선에 대한 고려도 놓치지 않았다.




거실



거실은 가족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답게, 그린과 블루의 감각적인 조합으로 편안하면서도 생기 있게 꾸며졌다. 기역자 형태의 소파가 중심을 잡고 있고, 바닥에는 가로줄 패턴의 미니멀한 러그가 깔려 있다. 컬러풀한 쿠션들로 리듬을 주며, 벽에 걸린 이브 클랭의 전시 포스터는 이 집이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닌 ‘취향의 안식처’임을 말해준다.




키친



주방은 아일랜드 조리대와 네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식탁이 하나로 이어져 있어, 요리와 대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팬트리 공간은 수납의 효율을 더하고, 덕분에 주방은 언제나 정돈된 인상을 유지한다. 커피머신과 스타우브 냄비 그리고 서랍장을 열면 등장하는 샴페인까지, 취향과 삶을 보물찾기 하든 곳곳에 배치해 두었다.




마스터 베드룸



마스터베드룸은 마치 호텔의 스위트룸처럼 조용하고 안정적인 구조로 설계되었다. 벽 전체에 짜인 붙박이 침대와 사이드테이블, 그리고 천장에서 길게 내려오는 철제 조명이 공간의 구조미를 강조한다. 데이빗 호크니의 전시 포스터가 걸려 있어 이 부부의 감각적인 취향이 이 방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낸다. 이곳은 그들의 하루의 끝이자, 내일을 준비하는 가장 사적인 공간이다.




이 모델하우스는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홍보물’이 아니다. 

우리가 상상한 삶의 조각들을 조심스레 흩뿌려 둔 공간이다. 

그리고 그 조각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일 때, 

아직 오지 않은 누군가의 현실이 자연스럽게 이 집 안으로 걸어 들어오기를 바랐다.